2012년 6월 21일 목요일
2012년 6월 4일 월요일
<새빨간 고추>, 무라카미하루키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햇살 가득 비치고있는 툇마루에 나갔더니,
어머니 모습은 보이지않고,
마당에서 새빨간 고추만 웃고있을 뿐이었다.
방석이 하나,
버려진 것 처럼 외롭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고추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마치 '하'라는 글자를 한줄로 나란히 늘어놓고,
하나하나 차례로 읽어 내려가는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나는 그 부근을 대충 살펴보았지만,
역시 어머니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
나는 큰 소리로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고추는 그동안에도 계속 같은 투로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
나는 툇마루에 서서,
웃고 있는 새빨간 고추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새빨간 고추는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고
계속 웃을 뿐 이었다.
"이봐, 너는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지?
어머니는 툇마루에서 내가 어깨를 주무르러 올것을 기다리셨고,
다리가 불편하니까 그렇게 멀리는 못가셨을거야.
너는 거기에 쭉 있었으니까,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보았을 것 아냐?
바보처럼 웃지만 말고 빨리 가르쳐줘.
나도 바쁘다고."
"하하하하."
고추는 좀 더 큰 목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설마 네가 어머니를 잡아 먹은 건 아니겠지?"
나는 걱정이 돼서 물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내말을 듣자 고추는 한층 더 심하게 웃어댔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나는 통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고추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왠지 나도 점점 우스워졌다.
나도 모르게 볼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
진짜로 어머니를 먹어버린거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물어보았지만,
곧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고 나도 '하'라는 글씨를 읽어 내려가는 것처럼 웃었다.
내가 웃자, 고추는 좀 더 심하게 웃었다.
고추는 글자 그대로 포복절도를 하며 웃고 그 부근을 데굴데굴 굴렀다.
고추는 휴-휴- 숨을 몰아쉬었고,
이마에는 땀까지 맺혔다.
그런데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고추는 너무 웃어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실룩실룩거리며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를 비틀자,
입에서 어머니가 툭 튀어나왔다.
"저런 저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옛날부터 간지럼태우기를 무척 잘하셨다.
2012년 6월 3일 일요일
하킨 인 도이치란드
나름대로 독일생활 1년차, (정확히하자면 10개월차)
독일어 하나못하고 빼도박도못하는 집순이지만 !
-집마당앞에서 복싱하는 남학생
-운동하다 만난 사슴과의 아이컨텍
-동네 개울가에서 하늘색비키니를 입고 썬텐하던 할머니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담배피는 젊은 엄마
-모든 사람이 자전거 신. 양손놓고 자전거타는 독일 사람들
-내귀에 대고 "곰방와"라고 속삭인 정장입은 변태아저씨
-나에게 루마니아 사람이냐고 물어보던 할아버지
-나를 '하킨'이라 불러주던 학원사람들
-트램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않는 독일사람들 (그러나 한국에비하면 친절하다)
-등산복을 즐겨입는 사람들
-자전거를 거뜬히 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햇빛을 피하기보단 찾아다니며 쬐는 사람들
-물대신 포도와인을 주는 중국식당
-한국은 물이 공짜라고 알려주니 깜짝 놀라던 학원 사람들
-어디든(마트를 제외하고)반려견의 출입이 가능한것(은행이든, 백화점이든..)
-marktplatz에서 매일 열리던 꽃시장
-크리스마스장에서 팔던 마늘맛 랑고스
-한달에 파업을 열번은 하는 듯한 트램운전기사들
-길이나 트램에서 맥주병나발을 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않는것
-사람들에게 시비걸지않는 펑크족(계란 흰자로 유지한다던 모히칸헤어스타일)
-모든 영화가 독일말로 더빙이되서 가볼 엄두도 못낸 영화관
-귀엽지만 꼴초였던 일본친구 후지 에리코(알고보니 나보다 10살이나 많던)
-항상 입에 쥐를 물고 다니던 고양이
2012년 5월 25일 금요일
<딸에게 미리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법> - 서영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 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의 손을 놓아야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 눈 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 쯤 밥을 삼킬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 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랑은 그립지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 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딸에게 미리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법> - 서영아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이 일을 겪으며 앨리스는 자신이 단일한 사람이 아님을 상기했다. 내력과 생활 방식이 같은 복제 인간 수백 명이 런던, 파리나 뉴욕을 돌아다닌다는 뜻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 따라서 그녀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더욱이 그중 어떤 모습은 다른 경우보다 더 낫고 더 그녀답기도 했다.
마침 에릭과 그녀가 휴가 중에 찍은 사진이 나와서, 저녁 식사 후에 둘은 거실에서 사진을 보았다. 바베이도스 스냅 사진 중에 방갈로 바깥 베란다에서 찍은 장면이 있었다. 살빛으로 보아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찍은 사진이었다.
"이것 좀 봐요. 당신 멋지게 나왔네."
에릭이 말했다.
"근사해 보여요."
"괴물 같은걸요. 나 같지가 않아요. 정말 이상해요."
에릭이 사진 속의 그녀를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평소의 표정(잔인한 사진관에서 수정해준 게 아니라)을 짓고 있었다. 잘못나온 사진인 아니라, 다만 그녀에게 익숙지 않은 표정일 뿐 이었다.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표정.
그녀의 반응에서 올바른 '나'에 대한 어떤 관념이 드러난다. 과거의 어떤 사진도, 바베이도스의 방갈로에서 찍은 다른 사진도 진정 자신 답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셀프타이머가 포작한 외모의 단면을(그리고 넓게 보면 그녀 본성의 한 측면을)자기 모습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런 웃음을 지으려 한 적이 없었고, 이런 식으로 뺨을 붉히는 것도 낯설었으며, 바람에 머리가 이렇게 휘날리는 줄 몰랐다-말 그래도 사진기의 속임수였고, 그녀는 사진기가 주제넘게 이런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갖다 붙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가위손.
세상에 물들지 않은 사람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애드워드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또 있을까.
너무 깨끗한 탓인지 보는 내내 미소짓고/
보는 내내 안타까움에 시선마저 제대로 두지못했다.
영화 속 넘쳐나는 파스텔톤은 애드워드의 보라색입술마저
사랑스럽게 만든다.
애드워드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몸에 가위를 지니고있다.
다리, 혀, 머리카락.. 심지어는 공기에 마저-.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장화홍련
boot hong lyen
you girls!!
thou are the freshly shimmering spring of kim jung mi.
hot short skirts of teenage girls,
once belonged to me.
blindly blown sandstorm.
that is what you are.
to me,
you are so foreign lands,
you girls are the rain out of the window
beautifully illuminating waves.
of every thought you hold,
oh, i'd be jealous,
yes, i envy you.
you girls!!
thou are the freshly shimmering spring of kim jung mi.
hot short skirts of teenage girls,
once belonged to me.
blindly blown sandstorm.
that is what you are.
to me,
you are so foreign lands,
you girls are the rain out of the window
beautifully illuminating waves.
of every thought you hold,
oh, i'd be jealous,
yes, i envy you.
keiner liebt mich.
23, 긴 금발머리, 비싼 양복, 고급 블랙카, 30대 초반의 남성 ...
타인으로부터 느끼는 모든 사랑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데부터 시작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누군가 내 머릿속을 까만 머리카락으로 가득 채워논것처럼.
-
"날씨가 너무 좋아.","열쇠 잊지마." 같은 말을 나눌..아니면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파니핑크, 널사랑해, 내 인생엔 네가 필요해.." 같은 말..
이 잔을봐, 반이 찼어, 비었어? / 비었어./ 봐. 그게 문제야. 없는 것이나 불가능한 것 잃을 것에
대한 불평, 항상 부족해하는 마음. 이미 많은걸 가지고 있잖아.
일, 집, 가족, 좋은 피부색 대체 뭘 더 바래?
non, je ne regrette rien - edith piaf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