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 비치고있는 툇마루에 나갔더니,
어머니 모습은 보이지않고,
마당에서 새빨간 고추만 웃고있을 뿐이었다.
방석이 하나,
버려진 것 처럼 외롭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고추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마치 '하'라는 글자를 한줄로 나란히 늘어놓고,
하나하나 차례로 읽어 내려가는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나는 그 부근을 대충 살펴보았지만,
역시 어머니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
나는 큰 소리로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고추는 그동안에도 계속 같은 투로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
나는 툇마루에 서서,
웃고 있는 새빨간 고추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새빨간 고추는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고
계속 웃을 뿐 이었다.
"이봐, 너는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지?
어머니는 툇마루에서 내가 어깨를 주무르러 올것을 기다리셨고,
다리가 불편하니까 그렇게 멀리는 못가셨을거야.
너는 거기에 쭉 있었으니까,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보았을 것 아냐?
바보처럼 웃지만 말고 빨리 가르쳐줘.
나도 바쁘다고."
"하하하하."
고추는 좀 더 큰 목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설마 네가 어머니를 잡아 먹은 건 아니겠지?"
나는 걱정이 돼서 물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내말을 듣자 고추는 한층 더 심하게 웃어댔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나는 통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고추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왠지 나도 점점 우스워졌다.
나도 모르게 볼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
진짜로 어머니를 먹어버린거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물어보았지만,
곧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고 나도 '하'라는 글씨를 읽어 내려가는 것처럼 웃었다.
내가 웃자, 고추는 좀 더 심하게 웃었다.
고추는 글자 그대로 포복절도를 하며 웃고 그 부근을 데굴데굴 굴렀다.
고추는 휴-휴- 숨을 몰아쉬었고,
이마에는 땀까지 맺혔다.
그런데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고추는 너무 웃어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실룩실룩거리며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를 비틀자,
입에서 어머니가 툭 튀어나왔다.
"저런 저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옛날부터 간지럼태우기를 무척 잘하셨다.
뭐야..웃음소리가 나랑 똑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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