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4일 월요일

<새빨간 고추>, 무라카미하루키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햇살 가득 비치고있는 툇마루에 나갔더니,
어머니 모습은 보이지않고,
마당에서 새빨간 고추만 웃고있을 뿐이었다.
방석이 하나,
버려진 것 처럼 외롭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고추는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마치 '하'라는 글자를 한줄로 나란히 늘어놓고,
하나하나 차례로 읽어 내려가는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나는 그 부근을 대충 살펴보았지만,
역시 어머니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
나는 큰 소리로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고추는 그동안에도 계속 같은 투로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

나는 툇마루에 서서,
웃고 있는 새빨간 고추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새빨간 고추는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고
계속 웃을 뿐 이었다.

"이봐, 너는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지?
어머니는 툇마루에서 내가 어깨를 주무르러 올것을 기다리셨고,
다리가 불편하니까 그렇게 멀리는 못가셨을거야.
너는 거기에 쭉 있었으니까,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보았을 것 아냐?
바보처럼 웃지만 말고 빨리 가르쳐줘.
나도 바쁘다고."

"하하하하."

고추는 좀 더 큰 목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설마 네가 어머니를 잡아 먹은 건 아니겠지?"

나는 걱정이 돼서 물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내말을 듣자 고추는 한층 더 심하게 웃어댔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나는 통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고추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왠지 나도 점점 우스워졌다.
나도 모르게 볼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
진짜로 어머니를 먹어버린거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물어보았지만,
곧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고 나도 '하'라는 글씨를 읽어 내려가는 것처럼 웃었다.
내가 웃자, 고추는 좀 더 심하게 웃었다.
고추는 글자 그대로 포복절도를 하며 웃고 그 부근을 데굴데굴 굴렀다.
고추는 휴-휴- 숨을 몰아쉬었고,
이마에는 땀까지 맺혔다.
그런데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고추는 너무 웃어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실룩실룩거리며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를 비틀자,
입에서 어머니가 툭 튀어나왔다.

"저런 저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옛날부터 간지럼태우기를 무척 잘하셨다.

 

2012년 6월 3일 일요일

Feist - 1234 & Mushaboom





하킨 인 도이치란드































나름대로 독일생활 1년차, (정확히하자면 10개월차)
독일어 하나못하고 빼도박도못하는 집순이지만 !

-집마당앞에서 복싱하는 남학생
-운동하다 만난 사슴과의 아이컨텍
-동네 개울가에서 하늘색비키니를 입고 썬텐하던 할머니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담배피는 젊은 엄마
-모든 사람이 자전거 신. 양손놓고 자전거타는 독일 사람들
-내귀에 대고 "곰방와"라고 속삭인 정장입은 변태아저씨
-나에게 루마니아 사람이냐고 물어보던 할아버지
-나를 '하킨'이라 불러주던 학원사람들
-트램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않는 독일사람들 (그러나 한국에비하면 친절하다)
-등산복을 즐겨입는 사람들
-자전거를 거뜬히 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햇빛을 피하기보단 찾아다니며 쬐는 사람들
-물대신 포도와인을 주는 중국식당
-한국은 물이 공짜라고 알려주니 깜짝 놀라던 학원 사람들
-어디든(마트를 제외하고)반려견의 출입이 가능한것(은행이든, 백화점이든..)
-marktplatz에서 매일 열리던 꽃시장
-크리스마스장에서 팔던 마늘맛 랑고스
-한달에 파업을 열번은 하는 듯한 트램운전기사들
-길이나 트램에서 맥주병나발을 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않는것
-사람들에게 시비걸지않는 펑크족(계란 흰자로 유지한다던 모히칸헤어스타일)
-모든 영화가 독일말로 더빙이되서 가볼 엄두도 못낸 영화관
-귀엽지만 꼴초였던 일본친구 후지 에리코(알고보니 나보다 10살이나 많던)
-항상 입에 쥐를 물고 다니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