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8일 일요일

 

 잡지는 앨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잡지는 지금 입은 옷을 한 해 더 입어도 된다든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든지, 유명한 사람을 안다거나 침실 색깔이 무엇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패션난을 보면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레저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난을 보면, 자신에게는 아마 제대로 된 삶도 없고 스타일은 틀림없이 없다는 느낌이 확고해져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에게 사랑은 언제나 감탄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감탄스럽지 않은 남자는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감탄스럽다는 말에는 그녀뿐 아니라 타인의 감탄도 받을 만 하다는 뜻이 들어 있었다. 앨리스 자신은 가난해서 이탈리아제 구두와 수제품 정장을 입는 남자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지만-남자는 많은 찬미자 중에서도 그녀를 선택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갈망하는 남자가 바로 그녀를 원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허약한 자존감을 붙들어주었다.
애인에게 선물받은 타이가 100개쯤 되는 남자는 타이가 하나뿐인 남자보다 가치 있었다. 에릭은 그녀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은 유혹을 억눌렀다-사실 옷장에 걸린 넥타이 중에는 사랑의 선물도 있었지만 사업상 참석한 회의에서 받아온 판촉물도 꽤 많았다.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거품목욕



보여지는것에 대한 고민.
고민이라기보단 아이러니라고 가정해보자.
지루한 수업이 있는 날 아침 침대에서부터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불 속에 얽매여있는것 처럼
수차례 벗어나려고해도 끝가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치만,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것 조차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사람들에게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혹은, 난 아이가 아니야. 세상을 잘이해하고 철이들었지 (비웃음))과 같은 보여짐에
의한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안다.

보여지는것이기에 보여지는것인데
그게 속상해서 '눈을 감아야지.' 매일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지금도